오랫만에 블로그로 다시 들어올 여유가 생긴거 같다.... 간만에 들어와 블로그 휴면상태를 해지하고나니.... 정말 오랫만이긴 하구나 했다....
사실...2년전에 썼던 글들을 간만에 다시 쭉 훑어보면서 덜컥 겁이 나기까지 했다... 그때만에도 내 한국어 실력은 그닥 나쁘지 않았구나.... 내가 저런 좋은 표현도 했었구나 싶은게... 다시 할수 있을지 참 의문스럽기도 하다.... 다시 글을 맛깔나게 쓸수 있을까? ...ㅋㅋㅋ
2년을 비워두고나니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새집으로 이사한 게 아닌가 싶다.. 살고 있는 곳이 바뀌면서 내 생활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사한후 집들이 핑계대고 손님들도 예전못지않게 많이 초대했었고... 또 내 취미생활중의 하나인 요리와 식탁꾸미는데는 소홀히 하진 않았으나..... 사진으로 남겨둔 흔적이 별로 없어 참 아쉽다....
그러나.... 이 집에 와서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겼으니... 바로 정원일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나고자라서... 흙엔 관심도 없고... 꽃도 이쁘구나... 외엔 별로 별 감흥이 없었는데.. 내 마당에서 쑥쑥 크는 꽃들을 보며 빨강,파랑,노랑꽃들 크기별로 자리배치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하면서 까딱하다간 평생 이런 재미도 못느끼고 살뻔했네... 싶기도 하다...
2009년 5월 15일 드뎌.... 허리띠 팍팍 졸라매고 살던 우리는 결혼 3년만에 장만한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 살던집에서 걸어서 30초거리.....ㅋㅋㅋ 옛날집 부엌창문으로 바라보면 바로 마주보이는 건물이다... 예전집에서 겨우 10미터 남짓 옮겼을 뿐인데... 그후 나와 파스칼의 생활은 정말 180도 달라졌고.. 나도 이 집에서 아.. 나도 이젠 스위스에 정착을 했구나 싶을정도로 애착을 갖고 살게 되었다.
옛날집 부엌에서 바라본 새집이다...1층 창문이 내려져 있고 밑에 부동산 광고가 붙은 집이 현재 우리집이다... 사진에서 보듯 숲 앞에 바로 있는 건물이라 공기가 너무 좋다.....
스위스에선 집을 매매하게되면 Bezirkschreiberei라는 곳에 연락을해 약속을 잡고 매매 당사자들, 부동산중개인이 한방에 모여 판사 비슷한 사람앞에서 여러 계약서에 싸인하고 각종 서류들을 정리하게 된다.... 특히 외국인인 내가 스위스에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엔 서류가 좀더 복잡하긴 하지만 머리털나고 처음 매매계약서에 서명하던 순간은 잊을수가 없다.... 30대에 이루리라던 목표중 하나를 예상보다 빨리이룬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싸인을 하고나서야 전주인한테서 열쇠를 받았는데.... 열쇠를 주면서 하는말이.... 서류보니까 ... 파스칼씨는 우리 큰딸하고 동갑이고 주원씨는 둘째딸하고 동갑이네요....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파스칼과 그집 큰딸은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안면이 있는 사이었다...ㅋㅋㅋ 이런 인연이...
이사날짜는 5월 중순으로 잡혀있었지만 때는 벌써 봄이었기에 정원관리가 아주 시급했다... 말이 새싹들이지... 마구마구 올라오는 잡초들을 그때 잡아주지 않으면 금방 우거져 여름이 오기전엔 말그대로 정글이 되는건 시간문제다.... 정원일에 일가견이 있는 루트한테 SOS를 치고 몇일 정원일에만 매달린 결과...
작년 정원사진을 보니 참 기분이 새롭다... 매주 변하는 정원사진은 정말 저렇게 사진으로 남겨둬야 기억이 난다.. 막 잡초를 뽑고 여기저기서 사온 꽃들을 심었지만 아직 많이 군데군데 비어있다.... 하지만 이 사진 찍은날로부터 2달후엔 꽃들이 빼곡히 차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뒷쪽으로 보이는건 옆집 정원인데... 운이 좋게도 아주 좋은 이웃을 만나 지금까지도 아주 잘 자내고 있다... 옆집정원과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심은 저 사철나무 앞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은 산딸기 나무들... 그 밑엔 꽃밭이 너무 커서 나무조각들을 깔아 샛길을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산딸기 따러갈때마다 신발에 흙묻힐 염려도 없어 참 좋다....
이 사진은 우리집 거실에서 나오면 발코니가 있는데 그 발코니에서 왼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그 반대편 오른쪽은....
반대편보단 좀더 빽빽하다... 저 쇠로 만든 기둥들은 전주인이 세워둔 것인데... 이때만에도 저렇게 보기 흉하게 서 있지만.. 그 옆쪽에서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들이 봄 내내 덩쿨지게 자라 빽빽하게 매워 담을 이룬다.... 포도맛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담을 쳐주는것이 여름에 보면 참 예쁘다.... 저 포도나무들 넘어서는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쓸수 있는 공동정원같은 곳인데... 늘 비어있어 저 공간까지 우리마당처럼 느껴질정도다....
발코니에서 정원으로 내려가는 층계위에서 씩은 사진이다... 저 동그란 화분엔 허브를 가득 심었는데 사진엔 페파민트, 로즈마리, 파슬리들인데 후엔 바질과 실파까지 심어서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허브가 필요할때마다 후다닥 내려와 잘라쓴다.... 서양요리에는 허브가 자주 쓰이기때문에 저 허브화분은 참 유용하다... 그 옆쪽에 노란꽃들은 후에 발코니에 매달아 놓으려고 심은 꽃들이다... 작년엔 저렇게 노란꽃이었지만 ... 올해는 새빨간 꽃으로 바꾸어 보았다....
드디어 이사하는날.... 이사는 이틀에 걸쳐서 했는데..둘째날은 너무 바빠 사진이 없지만 다행히 첫날 사진은 몇장이있어 올려본다..... 처음엔 이삿짐센터를 부를까 했는데.... 파스칼이 아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ㅋㅋㅋ 그동안 자기가 친구들 이사할때마다 도와준 공이 얼만데 돈을 쓰냔다...ㅋㅋㅋ 그래서 친구들이란 친구들은 다 모아보니 2조로 나누어 이틀에 걸쳐 이사계획을 세우니 딱 좋았다... 내친구들도 와서 부엌살림 옮기고 정리하는걸 도와주고 파스칼친구들도 적극적으로 매달려 주었다.... 심지어는 회사 월차까지 내고와서 이틀 다 도와주겠단 친구도 있어서 정말 너무 너무 고마웠다.... 게다가 공대출신인 파스칼의 친구들도 대부분 공대출신들.... 특히 전기공학과 친구들은 저렇게 전등달고 연결하는걸 도와주거나 세탁기등을 연결하고.....
비공대 출신들은... 이처럼 가구들을 조립했다...ㅋㅋㅋㅋㅋ
이사진 올린거 파스칼이 알면 팔팔 뛸텐데....ㅋㅋㅋ
걸어서 30초 거리의 이사였기때문에 트럭을 부른다거나 할필요도 없었고 특별히 짐을 쌀 필요도 없었다.... 단지 사람들마다 상자나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줘서 알아서 꺼내 옮기게 했다.... 서랍들도 비우지 않고 그대로 들어서 옮겼고... 또.. 안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들은 새로 장만했기때문에.... 크게 계획을 세울것도 없었다...
이번 이사를 통해 한국과 스위스의 이사문화에도 큰 차이점을 볼수 있었는데.,.....
첫째... 한국과 달리 스위스에선 새집이 아닌 헌집을 청소해주고 이사를 한다...
둘째... 한국과 스위스는 이사시 가져갈수 있는 물건이 틀리다.... 예를 들면... 스위스에선 냉장고, 오븐, 스토브들이 다 빌트인이기 때문에 두고 가고... 각방의 전등들은 다 떼어간다...
셋째... 이곳 가구들의 특성상... 이사시 가구들을 모두 분해해 옮겨서 새집에서 다시 조립하는게 보편화 되어있다..
파스칼이 어릴때부터 살던 아파트는 파스칼 스타일대로 꾸며져 있었는데..... 그 모든 가구들은 그냥 예전집에 두고 현재는 파스칼의 사무실로 쓰고 있다.. 침실 두개는 세를 주었지만 파스칼 사업이 확장되면 그 두 방들도 사무실로 꾸밀 생각이다...
이사하고 나서 가장 기분좋은 순간은 바로 그 다음날인거 같다.... 아직 정리할게 산더미같이 많았고... 집안 내부는 엉망이었지만..... 마당에서 첫 브런치..... 너무너무 설레고 좋았었다... 헤헤..
우리가 밑에 앉아 있는 저 텐트는 지금까지도 볼때마다 아주 흐뭇하다.... 커튼과 모기장이 달려있어서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모기가 기승을 부리나 아주 유용할 뿐더러 밤엔 불까지 켜면 천장에 있는 수많은 전구들이 불을 밝힌다...
브런치를 먹고나서... 일광욕 삼매경에 빠져있는 파스칼.... 저때부터 지금까지 해만 좋으면 마당에서 수영복바람으로 벌러덩 드러눕는걸 즐긴다...ㅋㅋ
저녁엔 친하게 지내는 언니네 식구들까지 불러 새 바베큐도 개시...!!!!
전기바베큐보단 좀더 번거롭더라도... 저렇게 직접 숯불을 피워 먹는 바베큐의 맛은 더더욱 끝내준다.... 저때야 나나 파스칼이 둘다 바베큐 초보였지만 이젠 둘다 익숙해져서 각종 스테이크부터 생선, 너비아니까지 만들어 구어먹는다....
이사야 어떻게든 끝냈지만 짐정리하고 집안 꾸미기까지 거의 1년은 넘게 걸린거 같다... 저게 불과 1년전 사진인데 지금의 정원과 집안 모습들과 비교해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현재의 집모습은.. 다음글에서....
'하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번째 생일파티.... (0) | 2010.09.15 |
---|---|
새로운 둥지(2)....새집 구경오세요... (0) | 2010.09.11 |
크리스마스마켓.....Weihnachtsmarkt (0) | 2007.12.22 |
가을축제.... 두번째 이야기... 놀이공원 (0) | 2007.11.11 |
가을축제...... 첫번째 이야기... 시장 (0) | 2007.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