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

우리집 이야기..

아라비카1 2007. 4. 30. 23:54

내가 살고 있는곳은 스위스중에서도 바젤이다... 이 바젤은 바젤란트주와 바젤슈타트주로 나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구교파와 신교파의 대립으로 인해 하나의 주가 둘로 분리가 되었다.... 말그대로 바젤슈타트주를 가운데에 두고 바젤란트주가 둘러싸고 있다...(슈타트는 도시, 란트는 외곽,시골이란 뜻)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바젤란트주의 프라텐(pratteln)인데 바젤란트주에서도 슈타트와 근접해 있어 전차로 20분이면 시내중심가까지 닿는다. 

 

남들은 내가 스위스에 산다고 하면 달력에 나오듯이 알프스가 확 트여보이는 멋진 집에서 사는 걸 상상하는데... 사실은  아직 그렇게까지 재력은 안되고...ㅋㅋㅋ 그냥 보통 아파트에 산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생기면 정말 그런 집으로 이사들을 하긴 하는데 둘이 사는 신혼부부들이나 젊은 커플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아파트에서 사는게 보통이다... 우리도 5년이내에는 아파트를 떠나서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지만 .. 아직은 이 아파트에 만족하고 있다.

게다가 파스칼은 이 아파트에 30년가까이 살았고 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주변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 잘알고... 다니던 유치원부터 학교들까지 다 가까이 있고..많은 학교 동창들도 주변에 살고 ..... 장점들이 참 많다.... 파스칼이 2살때부터 살기 시작해서 누나가 독립해 나가고 파스칼이 독립해 나가려는 차... 부모님께서 집을 사서 이사를 나가셨다..핑계김에 잘됬다...해서..파스칼이 계속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참 우리집은 195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라 아주 오래되었다... 내부수리도 20년전에 한거라...아주 고전적(?)이다..^^ 내가 늘 하는 말... 우리집은 아주 앤틱이다 앤틱.....ㅋㅋㅋㅋ

 

 

 

우리집 밖에서 바라본 사진이다...

3층이 우리집... 그리고 가운데 주차되어 있는 차가 우리차...

파란 창문덮개때문에 눈에 잘 띈다.... 이렇게 유럽은 오래된 집이든 새집이든.... 저렇게 창문에 덮개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브라인드나 버티컬정도의 기능을 한다....

 

 

어쨌든..... 파스칼 혼자 30년 가까이 살던 집에 내가 나중에 들어오니.... 많은 것들을 바꾸어야 했다... 남자 혼자 살던집이었기때문에 지저분했던건 당연하고... 인테리어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서 대부분의 가제도구들도 여기저기서 얻어온것들 투성이...(당연히 서로 어울릴리가 없었따.) 게다가 가구들도 나의 취향과는 전혀 무관한 ...... 이런 분위기에 나의 스타일을 끌어다 여기저기에 접목시키기가 참 어려웠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도 많이 익숙해 졌고 많은 것들은 그냥 포기하고.... 이사만 해봐랏.....하면서 참고 있는것들도 있다....ㅋㅋ 그래도 ... 내가 노력한것들이 지금은 어느정도.... 눈에는 띄고 있다..

 

내가 이집에 들어올때 파스칼은 시어머니와 함께 각 방들의 바닥을 새로 깔았다... 우리나라는 인테리어업자들을 고용하는게 대부분이지만 유럽에서는 카페트나 바닥타일 또는 마루를 사다가 직접들 까는것이 보통이다... 훨씬 더 싸고.... 우리나라사람들에 비해 여기사람들은 퇴근도 빠르고 해서... 직접하는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난 카페트보단 마루바닥이 더 좋다고 우겼지만... 파스칼은 아침에 일어나서 발에 차가운 마룻바닥이 닿는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침실만 카페트를 깔고 컴퓨터방과 손님방에만 마룻바닥을 깔았다. 

 

또 내가 인테리어에 중점을 둔건.... 최대한 한국식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요즘 한국에선 유럽식인테리어나 소품이 유행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스타일들은 할머니스타일이라며 젊은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우리집 식탁보도... 내가 한국에서 특별히 레이스도 달리고 리본도 달리고.. 이런것으로 맞춰가지고 왔지만.... 파스칼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자기 할머니댁에 가면 많은거란다...ㅋㅋ 그래도 뭐... 내가 좋으면 되지 하고.. 잘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할머니스타일이라며 젊은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스타일은 여기선 또 아주 특이하고 이쁜 인테리어소품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착안해서..... 한국에서 남대문을 뒤져서 최대한 한국식으로 소품들을 공수해 왔는데... 오는 손님마다... 아주 이뻐하고 좋아해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

 

 

 

우리집 안방..... 보다시피 밑엔 카페트가 깔려있다... 문 손잡이엔 흐릿하긴 하지만 노리개도 달려있다... 침대맞은편엔 벽한면이 다 옷장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큰 장농은 안방에 붙박이던 아니던 하나씩은 있게마련인데... 여기선 보통 우리장의 반정도크기를 쓴다.. 하지만 난 큰 장이 좋다..

내가 사진찍은 이 자리 옆엔 화장대가 있다.. 원래 파스칼 혼자살땐 이 방이 컴퓨터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방의 반만한 크기의 옆방이 컴퓨터방이다.... 컴퓨터프로그래머인 파스칼에게 컴퓨터방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먼저보이는 신발장이다... 꽃과 꽃병은 남대문시장에서... 그 옆의 미니장독대는 인사동에서 산것이다. 장독대안에는 갖가지 자질구레한 열쇠들이 들어있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코너... 무슨이유인지 벽에 큰 구멍이 뚫려있어서 저렇게 보자기로 막아야 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남대문상가에서 이것저것 사고 공짜로 받은 보자기이다... 그 옆의 사진은 에미레이츠에서 일할때 찍어두었던 유니폼 사진.... 저사진을 보면... 한때 여기저기 돌아다녔을때가 생각난다....^^ 저 스킨다보스는 내가 스위스에 와서 처음으로 산 화분이다.... 시엄마말씀엔 하얀색이 듬성듬성 섞인 스킨다보스는 많아도 저렇게 연두색이기만 한 스킨다보스는 그다지 흔치 않단다.... 원랜 거실 해가 잘 나는 곳에선 쑥 쑥 잘 자라더니... 해가 덜 드는 구석으로 옮긴 후엔 덜 자라는 편이다. 화분한텐 미안한 얘기지만... 그래도 난 지금이 가장 이쁜 길이인거 같아서 게의치 않는다.

 

 

 

화장실 세면대위에 놓아둔 미니청자 세개.... 모양도 제각기 다르고 그림도 제각기 다르다... 전체적으로 파란색 분위기인 우리집 화장실에 잘 어울렸다... 게다가 예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묶었던 호텔에 저런 미니항아리가 화장실에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게 참 이뻐 보였었다.  이것들은 잠실 롯데월드민속박물관 기념품점에서 점포정리한다고 60% 싸게 샀다...하하

(화장실 타일을 보면 우리집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다.....ㅋㅋ)

 

 

 

그 옆 변기위에 올려져 있는 신랑신부인형.... 여기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인형은 남대문에서... 저 미니돗자리는 터미널상가에서 샀다.

 

 

 

거실에 있는 dvd장 위다... 사진으로 보니 꽤 정신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좀 낫다.. 미니병풍은 이번에 남대문에서 산것이고 그 앞의 빨강파랑 복주머니들은 한국에서 결혼할때 폐백때 시부모님께서 던 져주신 밤, 대추들을 받아서 담아왔던 주머니들이다.... 장식을 위해 놓았을뿐 속은 비어있다... 그 옆 네모난 상자는 시누이가 작년 크리스마스때 직접 만들어 준 메모지함이다... 겉은 조카 뤽의 사진이고  그 주변은 다 직접 물감으로 색칠하고 그려서 만든것이다. 밑에 깔려있는 덮개와 앞의 컵바침들도 다 남대문에서 산것들이다.

 

 

 

20년전쯤에 하얗게 새로 페인트를  칠한거라는데 내가 들어올땐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해서 하지 않았다.하지만....   군데군데 있는 얼룩들은 가끔 저렇게 가려줘야 했다.... 저 보자기들도 남대문에서 공짜로 얻은거였는데... 한국에서봤을땐 무슨 무당집에서 얻어온것처럼 보였는데 여기서 거니까.. 생각보다 이뻤다. 하얀 벽에 저런 포인트가 있으니 분위기가 확 살기도 한다.

 

 

 

반대편구석에 있는 장식장 위.... 역시 전통혼례때 받은 기러기한쌍을 그 기러기들을 싸고있던 보자기를 깔고 놓았다.. 그 옆은 갖가지 결혼사진들....

 

 

 

식탁옆에 있는 아주 오래된 스피커... 그 위에 역시... 남대문에서 공짜로 얻은 수저집들을 포개어 놓았다..  이것들또한 한국에서 보면 촌스러워보였을 것들이지만.. 이곳에선 빛을 발한다..

 

 

 

전체적인 거실의 모습.... 쿠션이며 탁자위 컵바침, 탁자밑 방석들도 모두 남대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한국사람이 사는집의 부엌에 빠질 수 없는 물건... 바로 전기밥솥이다... 두바이에 살때부터 갖고 있던건데.. 이곳에서도 아주 요긴하다. 타이머까지 있는 밥솥이라고 하면 여기사람들은 정말 신기해 한다... ㅋㅋ. 하지만 난 이 밥솥으로 밥을 하는건 아니고 일반 압력밥솥에 밥을 한 후에 이곳으로 나중에 옮겨 보온기능만 사용한다... 밥솥뒤에 있는 기다란 것은 요리할때 쓰는 와인이다. 저 와인병 커버도 한국서 폐백때 술병을 싸던 커버이다..

 

 

 

이 사진은 흐릿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다시 우리 안방이다... 밤에 찍은건데  자기전에 dvd를 보는 사진이다... 사진에서 보듯... 우린 안방에서 티비를 볼때 저렇게 프로젝터를 아래에서 천장으로 쏜다.... 그냥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면 된다...ㅋㅋㅋㅋㅋ(우리집에 오는 손님들한테는 꼭 이걸 보여준다..... 다들 배꼽뺀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뭘 먹거나 마시면서 티비를 볼 수 없다는 것...!!!

 

 

 

저번에 루트집에가서 심어온 제라늄... 한차례 몸살을 겪고나선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꽃을 피고 있다.. 아침마다 얼마나 꽃이 폈는지 확인하는게 참 신난다..... 헤헤

 

 

 

가까이서 보면 정말 저렇게 꽃봉오리가 달려있는게 더 이쁘다... 당장이라도 톡 터져나와 활짝 필거 같다..하루에 한두개씩 매일 아침마다 더 펴있다..  스위스에 와서 산 꽃들은 결국엔 모두 다 실패였기때문에... 이번엔 정말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많은 꽃들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빠질수 없는 오늘의 점심...... 이날의 메뉴는 파스타그라탕과 샐러드... 저 지긋지긋한 산타냅킨은 저게 마지막이었다...ㅋㅋㅋㅋ 깔려있는 테이블메트는 선물받은건데 파스칼 친구부부가 자기아이들의 사진을 넣어서 코팅하여 저렇게 메트를 만들어서 주었다..(아이디어가 참 좋다) 이날 샐러드는 양상추외엔 그다지 특별히 넣을것이 없어서... 미리 사둔 구운 빵조각들을 넣었다. 과자처럼 봉지에 담아서 파는데... 한봉지면 두세번은 먹을 수 있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맛도 치즈맛, 바잘맛, 마늘맛, 다양해서 파스칼이 아주 좋아한다..

 

 

 

주메뉴인 파스타그라탕도 아주 쉽다.. 예전에 파스칼이 아는 목사님댁에 점심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해주신 음식이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해보았다.. 삶은 파스타를 다진 베이컨, 크림에 섞고 위에 치즈를 약간만 뿌려 오븐에 살짝 구우면 된다...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우리둘이 살기엔 충분히 넓고 또 파스칼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곳이고 해서 나쁘진 않다... 나중에 우리집 생기면.... 정원도, 내부도 아주아주 이쁘게 꾸며야쥐....^^( 생각처럼 될런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