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야기

스위스 음식이야기..

아라비카1 2007. 4. 24. 23:52

 일주일에 한번씩 나는 파스칼의 대모 루트의 집에가서 같이 요리를 한다.... 처음엔 내게 스위스음식을 가르쳐주겠다는 뜻에서 시작한것이지만 이런일로 일주일에 한번씩 서로 얼굴도 보고 저녁도 같이 먹고 난 독일어도 연습할수 있고 해서 작년부터 거르지 않고 꼭 해오던 일이다.. 가끔 우리집에서 한국음식을 하기도 하긴 하지만 요즘같이 날씨가 좋은날에는 산 중턱에 위치한 루트의 집에서 자연을 옆에 끼고 즐긴다...

 

먼저 우리집에서 기차를 타고 40분쯤 가면 laufen이라는 곳에서 내리는데..... 이 기차라는게.. 이곳에선  우리나라사람들이 생각하는것 보단 굉장히 이용빈도가 높다. 통근,통학수단으로도 많이 이용되며 스위스 구석구석 잘 연결되어 있고 한달패스 한장만 사면..(5만원 정도..) 한달내내 버스 전차 기차를맘껏 탈 수 있을정도로 아주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생각하는 멀리갈때 타는..... 이라는 개념은 국제선기차로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덕분에 전 유럽에서 모든 기차들이 모여든다... (우리가 북한과 통일이 되어 있더라면 한국기차도 가끔 볼수 일을꺼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간역할을 굉장히 잘하는데.... 모든기차가 1분의 오차도 없이 정시도착, 출발이란거다.... 전국 기차역엔 각 플랫폼마다 두세개씩의 똑같이 생긴 바늘시계들이 걸려 있는데... 모두 정확하게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시계시간 맞출일 있으면 기차역으로 가면 된다...)

 

하여튼.... 이 40분동안 laufen까지는 실로 버스나 차로도 그정도 걸린다.... 하지만 좀 돌아가는 탓에 좀 오래걸리지만.... 가는동안 풍광이 너무 멋있어서.... 또 기차도 꽤 좋고 해서...지루하진 않다...

laufen에 도착하면 루트가 늘 차로 기다리고 있다.... 기차역 근처엔 대형수퍼마켓이 두개나 있어 여기서 늘 함께 요리할때 쓸 재료들을 산다... 오늘의 요리는 오이샐러드와 화이트소스를 곁들인 콜라비, 그리고 겨자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필레.....(자세한 음식얘기들은 뒤에..... )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이러니... 이렇게 날씨가 좋은날은 여기서 저녁을 먹지 않을수가 없다... 해도 길고 해서 저녁내내 밖에 있기 너무 좋다..

 

 

 

마당에 있는 테이블..... 저 파라솔은 내가 유럽사람들과 달리 해를 싫어하는 나를 위해 특별히 펴 놓은것이다.. 언덕위에 있는 집이라 마당이 평지가 아니라 언덕이다.... 이곳만 특별히 평평히 만들어서 sitzplatz로 만들어 놓은것이다...

 

 

 

테이블에서 집방향을 바라본 정원.. 멀리 밑에보이는 하얀 상자는 미니온실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초봄에 씨앗을 사다가 저곳에서 싹을 틔운후 정원 곳곳에 심는다... 

 

 

 

구석에 있는 저 까만 기계는 센서를 통해 온도가 내려갈경우 자동으로 켜지는 온풍기다... 씨앗 한봉지 가격과 싹 틔어서 피어놓은 꽃한송이 가격이 거의 비슷하니 많은 꽃을 필요로 한다면 이런 미니온실도 있을만 한거같다. 중간쯤에 보이는 굵은 이파리는 해바라기란다.....

 

 

 

부엌에서 바라본 풍경... 밑에 길가까지가 정원이다... 앞에 잘려진 나무는 원래 자두나무였는데 너무 커서 그늘이 많이 생겨 저번주에 자른거다.... 저렇게 조금 남겨놓은이유는 나중에 뤽이나 손자들이 올라가서 놀수 있도록 한거란다....^^

 

 

 

저 고양이는 옆집고양인데.... 사람만 앉아 있으면 꼭 와서 부벼댄다....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테이블 세팅하러 나왔는데 햇볕아래서 잠들어 버렸다.... 난 원래 한국에서 강아지는 좋아해도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호주에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무릎위로 폴짝 올라와선 얼굴을 마구마구 부벼댄다... 그리고 고양이 특유의 골골골 소리를 낸다.... 강아지가 꼬리를 치는것과 같이 기분좋을때 고양이는 이런 소리를 낸단다...

 

 

 

덩쿨장미가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루트가 손수 만든 지지대란다... 앞의 튤립들이 색깔도 이쁘고 푸짐할정도로 크기도 크다.

 

 

 

한국이름은 모르겠다.... 요즘 이 마르가리타도 한창이다.

 

 

 

루트의 정원엔 야생화들도 참 많다.... 이건 vergiss mich nicht..(스위스사투리로) vergiss meine nicht.(표준독일어로..) 이다.. 즉 물망초란 뜻인데... 예전에 영어로  이 꽃이 forget me not이라고 해서 왜... 문법에도 맞지않게 not이 앞이 아닌 뒤에 가 붙었을까 했는데.... 독일어에서 온 표현인거 같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 말하는 그 물망초가 이건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개나리는 모두 끝이지만 이곳은 산이라 아직 남아 있다...내가 더블린에 있는 동안 바젤은 개나리에 정말 휩싸여 있었다.

 

 

 

장보면서 우리집 부엌 창가에 놓을 제라늄 화분을 샀다.. 색깔이 보통 다홍색인데 비해 자주색과 분홍색이 특이해서 샀다... 마침 루트한테 흙도 있고 해서 화분에 심어주었다..

 

 

 

 제라늄은 왠만한 스위스 가정에는 다 있는 아주 흔한 꽃이다... 이게 많이 피면 정말 너무 너무 이쁘다.. 가을까지는 가니까 그때까지 창가에다 두고 겨우내엔 루트가 지하실에 다른 꽃들과 보관해주기로 했다.. 잘하면 내년까지도 볼 수 있겠다..

 

 

 

부엌에서 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양들이 보여 줌을 당겨 찍어보았다... 사진에선 얌전하지만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해서 너무 귀여웠다..... 저녀석들이 저녁 내내 울어대서 정말 산위에 있는 운치를 더해줬다.

 

 

 

루트가 가까이 가서 쓰다듬어 보라고 해서 가까이 갔는데 막상 겁이나서 못만졌다.... 저 뒤에 있는 작은 양은 아직 새끼라 색이 까맣다.

 

 

 

드디어 저녁시간....... 모든 음식들을 식탁 한가운데 놓고 각작 자기접시에 먹을만큼 퍼서 먹는다...집집마다 다르지만 우린 그렇게 한다.... (접시에 한꺼번에 처음부터 담아주고 나중에 더 먹겠냐고 묻는 집도 있다.)..........너무 별 얘길 다하나?

 

 

 

오늘의 주요리.... 겨자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필레 schweinefilets mit senfsauce.. 돼지고기중에 저 필레부위는 참 비싸다... 그렇지만 3센치두께로 썰어서 각면마다 3분씩 강한불에 굽고 나면 씹을때 정말 부드럽다..소스는 겨자가 들어가고 피클이 들어가서 그런지 좀 시큼하긴 했지만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맛이다.... 참... 여기서 말하는 겨자나 피클은 미국식이 아닌 유럽식이라 단맛이 전혀 없다... 흔히 말하는 허니머스타드는 영국식 겨자에 꿀을 탄 것이고... 유럽대륙에서는 보통 프렌치머스타드를 쓴다.. 피클도 우리가 먹는 피클은 미국식이라 단맛이 강하지만... 여기선 오히려 오이지같은 맛이나서 내입맛엔 오히려 더 잘 맞는다.

 

 

 

루트가 밥을 할까 파스타를 할까 해서... 당연히 난 밥이라고 했다... 하지만 약간 우리식과 다른게... 먼저 버터에 다진 양파를 볶다가 익으면 쌀을 넣어 같이 볶고.... 후에 육수를 넣어 끌인다.... 역시 끓으면 불을 줄여 뜸을 들이긴 하지만 여기사람들한테 밥이란.. 우리가 먹는 그냥 물만넣고 하는 밥이 아니라 이렇게 간도 하고 해서 리조토처럼 만든다.... 처음에 내가 한국선 쌀하고 물만넣어서 밥한다고 하니까 다들 놀랬다.... 소금도 않넣고 먹냐고...ㅋㅋㅋ

 

 

 

위에 보인는 초록색이 오이샐러드. 오이를 썰어서 씨를 긁어낸후 프렌치드레싱에 버무렸다... 그리고 그 밑에 하얀것은 화이트소스를 삶은 콜라비에 끼얹은 것이다.... 콜라비란......

 

 

 

이렇게 생긴 야챈데 독어로 kohlrabi..영어론 모르겠다.... 스위스와서 첨봤다... 사전을 찾아보니 양배추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윗부분은 버리고 밑에 동그란 부분만 깍아서 먹는다.. 맛은 양배추지만 씹는맛은 무씹는 느낌과 비슷하다....  깍둑썰기해서 삶은 후 화이트소스에를 뿌려먹는다.... 두번째 먹는건데.... 난 이걸 꽤 좋아한다..

 

 

 

같이 찍은 사진이 너무 없어서 올려봤다... 헤헤. 파스칼이 밟고 있는 초록색은 어린이용 간이 풀로.. 뚜껑을 열고 모래나 물을 담아서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수 있는 곳이다.

 

 

 

커피타임.... 보통 디저트와 함께 먹지만... 디저트가 좀 덜 끝난 관계로 커피먼저.... 이 사진은 커피를 보이기 위해 찍은 것이 아니라 뒤에 커피크림을 보이기 위해서다... 프리마같은 가루우유가 한국엔 더 흔한데 비해..우리나라 커피숍에서 주는 액상크림같은 크림을 여기선 아예 저렇게 병에 넣어 판다..그리고 가루우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저렇게 kafferaham을 넣어 마시는데... 호주에선 저런 크림도 본적이 없다... 그냥 우유를 넣어 마신다.... 커피하나에도 문화차가 참 크다... 참... 하나 더 ... 테이블보에 써있는 저 한자 비스무레한글자... 여긴 정말 한자 흉내낸 문양들이 많다.... 솔직히 저건 흉내가 아니라 정말 써보려 한거 같은데..... 좀 우습다....ㅋㅋ

 

 

 

디저트는 날씨가 너무 쌀쌀해 진 탓에 집안으로 들어와서 먹었다... 게다가 오늘의 디저트는 라즈베리소르베....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아이스크림인데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소르베라고 부른다. 하지만 sorbet은 불어고 독어에선 그냥 wassereis 즉 물아이스크림이라 부른다...  난 아이스크림보단 이 소르베를 더 좋아한다..  라즈베리는 한국에선 흔히 볼수 없는 과일이다..... 독어론 Himberen 인데 쨈으로도 많이 만든다.... 딸기쨈만큼이나 흔하고 또 맛있다.... (딸기쨈과는 맛이 좀 많이 다르다..)

소르베는 만들기가 참 힘들다.... 레몬즙, 물 설탕 라즈베리를 넣고 끓이다가 갈아서 냉동보관한 후 매 시간마다 믹서로 섞어 줘야 한다..... 이 매 시간 마다 잊지않고 섞기가 참 힘들다..ㅋㅋ 옆엔  파스칼이 마시던 사과주스.... 운전해야해서 와인은 끝내고 사과주스를 마셨는데 내 와인보다 사진찍기엔 더 잘 어울렸다...ㅋㅋ

 

 

 

밖에서처럼 멋진 풍경은 없지만 ... 저녁시간에 집안에서도 이렇게 초를 켜 놓으니 분위기가 있다... 스위스사람들은 정말 초를 좋아한다.... 특히 손님만 왔다.. 하면 무조건 초부터 켠다....

 

에고...... 무쟈게 긴 글이네.... 스크롤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우하하..

하루동안 무슨 일이 이렇게 많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