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마당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스위스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날씨, 온도등... 한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좀더 길게 느껴지고... 많은 사람들이 겨울아 빨리가라... 빨리지나가라.... 하고 말하는걸 참 자주 들을정도로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축제 끝나고 바로 12월 1일부턴 크리스마스마켓도 서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제대로 즐기고 새해도 맞이하고 또 2월이면 카니발도 하고.... 이벤트가 참 많지만... 봄이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후 4,5시부터 어둑어둑해지는 겨울에 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서양사람들이 견디기엔 좀 우울할거 같기도 하다... 나도 스위스에서 첫 겨울을 보내면서 그 분위기에 휩싸여 겨울이 참 지긋지긋하다... 하긴 했었는데...정확한 이유를 설명할수가 없었다..(하긴 일년내내 여름인 나라에서만 몇년을 살다가 간만에 겨울을 만났었으니...)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와서야... 왜 스위스사람들이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지 대충은 이해할수 있을거 같다.... 2월이 가기 무섭게... 길거리는 벌써 봄꽃들로 가득하기 시작한다.... 크로커스, 운남앵초를 시작으로 수선화, 튤립들이 색색별로 공원이나 길거리엔 가득하고 꽃집을은 사람들로 늘 붐빈다... 특히 3월이 되면 도로위를 운전하다보면 주위의 차들 뒷자석이 꽃들과 화분들로 가득한걸 쉽사리 볼수 있다.... 이런분위기에 꽃밭을 두개나 갖고 있는 나로써는 꽃들 사러다니고 마당에 심고 일하다보면 날씨야 더 따뜻해져라.... 앞으로 몇달동안은 꽃구경하면서 주말마다 바베큐해먹을 수있겠구나......한다.
특히 올해는 봄이 빨리왔으면 하는 마음에 상자에 깻잎, 상추, 쑥갓, 나팔꽃등.. 각종 씨앗을 2월 초부터 내려 마당에 옮겨심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서리맞아 다 죽어버려 할수없이 2차시도를 해야 했다....ㅋㅋㅋ
보통 정원이 있는 사람들은 텃밭과 꽃밭중 본인 취향에 맞춰서 꾸미는데... 물론 정원이 크면 둘다 꾸미는사람도 아주 많다... 하지만 나는 눈이 즐거운 정원이 첫째 조건이었던지라... 꽃밭으로 꾸몄는데.... 깻잎, 고추, 미나리, 쑥갓은 이곳수퍼에서 구할수도 없고 해서 예외로 꽃들 사이사이에 심어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따서 쓴다... 돌미나리는 매년 알아서 쑥쑥 올라오니까 문제없지만 깻잎, 쑥갓은 모종을 얻거나 씨를 내려 매년 심어줘야 한다.... 고추는 이태리고추 매운종자로 근처 화원에서 모종으로 사다 심는다..
봄....
튤립이 한창이었을때 사진이 없어 너무 아쉽다... 그때만해도 다시 블로그를 할지 어쩔지 잘 몰라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놓질 못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파스칼이 심심하면 몇장씩 찍어두었다는것......ㅋㅋ
봄에 가장 많이 피어나는 꽃들은 대부분이 구근식물들인데... 작년 가을에 미리심어놓은 것들이 땅이 녹으면서 이파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수선화, 튤립, 무스카리, 크로커스 히아신스, 파꽃등등..... 게다가 여기선 너무나도 흔한 프리말린....(한국말로는 이름도 어려운 운남앵초란다....) 이 초봄꽃들로 시작해서 나중엔 저렇게 파란 물망초들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이 물망초가 피기시작하면 샐비어나 금잔화, 마가릿, 베고니아 등등 올한해 가을까지 열심히 꽃을 펴줄 일년생 꽃들을 심는다..
봄엔 아무래도 저렇게 흙이 벌것게 보이도록 꽃을 듬성등성 심어주어야 한다.... 저 꽃들이 가을까지 엄청난 속도로 크는데.,.., 여름지나 가을이 오면 서로 부댓기며 자라는 모습이 참 안쓰럽기 때문이다
여름.....
다시한번 강조... 이 사진들을 찍을 생각을 난 전혀 못했다..... 그래도 신통하게도 파스칼이 언제 이렇게 다 찍어놨는지....ㅋㅋ
여름엔 꽃들이 더 화려하다... 점점 꽃들의 가지수도 많아지는데... 문제는 한국에선 꽃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이 꽃들 이름을 한국말로는 장미나 국화 카네이션정도만 빼고는 뭐라고 하는지 도통 몰랐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Bart Nelken이라고 독일어로 부르기에.... 아 카네이션의 한종류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패랭이꽃이란거였고....
Stork Rose라기에 아... 장미의 한종류구나.... 했는데 알구보니 접시꽃이란 꽃이었고..
가장 대박은.....
Ballon Blumen 이라기에... 아 꽃망울이 풍선모양이라 직역하면 풍선꽃이구나.... 했는데.... 알구보니 도라지꽃.......
내 마당에 도라지꽃이 2년연속으로 필때까지... 그게 도라지꽃인지 어제알았다......ㅋㅋ 그동안 한국언니들하고 도라지꽃은 여기서 못구하나... 그게 그렇게 이쁘다던데...캐서 반찬도 해먹구... 하구 수다도 떨었었는데..... 다같이 무지했던 관계로......ㅋㅋ
언제 기회되면 뿌리좀 캐봐야 겠다....ㅋㅋㅋㅋ 작년봄에 심었을때 화분을 사다가 땅만파서 흙과 함께 같이 묻었으니 뿌리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숨은그림찾기... 사진 중간 어딘가엔 깻잎모종이 자라구 있다.....
수국도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데... 이 수국은 꽃망울이 맺혀 색깔을 볼수 있을때까지 올해는 무슨색으로 필까... 하고 참 궁굼하다... 수국은 토질에 따라 색이 변하는데 흰색을 기본색으로 하고 흙이 산성이면 파란꽃, 염기성이면 분홍색으로 핀다..... 작년엔 아주 진한 파랑색이었는데 올해는 보라색으로 좀 변해가는게 아무래도 내년엔 분홍색으로 필거 같다... 화원에 가면 일명 수국물감이라해서 파는데... 원하는 색에따라 물줄때 물에 타서 주게 되어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정말 물감이라고 믿던데(울 시어머니 포함)... 사실 내 상식에 따르면 염기성, 또는 산성물질.....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 하나.... 내친구 크리스틴은 하얀색 매니아인데... 온 집안을 다 하얗게 꾸미는것도 모자라... 할머니 한테 물려받은 갈색 골동품 가구까지 하얀색으로 칠하고 거실에 걸려있던 그림도 하얗게 칠해버리고.. 하는 친구이다.. 온집안을 하얗게 다 칠한후에 발코니에도 그와 어울리게 하얀 장미와 하얀 수국화분을 비싸게 큰맘먹고 장만했는데.... 몇주후에 전화해서 다급하게 하느말...... 내 수국이 파랗게 변해가구 있어....!!!!!! 어찌나 웃었던지...ㅋㅋ
수국 바로 앞에 있는 파란 이파리들은 돌미나리와 쑥갓.... 여름에 회덮밥할때 넣어도 먹구 쌈으로도 먹는다...
여름의 백미는 역시 장미.... 빨간백합도 저 뒷쪽에 피어있고 해바라기들은 아직 이파리만 무성....
또한 여름은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청포도와 적포도 두 가진데... 와인만드는 포도종자가 아닌 한국포도처럼 그냥 따먹는 종자다..... 가을엔 정말 푸짐하게 열리고 맛도 꿀맛이다..
포도나무 밑 한쪽 귀퉁이엔 이렇게 고추까지......
여름에 비가추적추적내리는 날이면 식탁위에 캠핑용 스토브위에 파스칼과 둘이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빈대떡을 부쳐먹는데... 저렇게 고추, 파, 깻잎, 쑥갓, 미나리들이 곳곳에 있으니 즉석에서 따먹기도 좋고 재미도 참 쏠쏠하다.. 저 고추는 보기보다 꽤 매워서 된장찌게 끓일때 넣으면 환상적이다....
ㅋㅋ 가을되면 가득 라즈베리가 열릴 나무들인데... 발코니에 가장 가까운 저 두 그루는 파스칼이 일부러 발코니에서 직접 따먹을 수 있도록 웃자라게 둔것이다..
저땐 보기흉하다고 구박했는데.... 열매들이 열릴땐 내가 더 잘 따먹었다....헤헤
여름의 하이라이트..... 좋은사람들과의 바베큐파티.... 올여름은 봄부터 거의 매주 바베큐파티를 했는데.... 12월에 있을 파스칼 생일전까진 더이상 손님초대하지 말고 쉬자.... 했을정도로 참 자주 했다... 저 사진을 찍은 날은 바베큐뿐아니라 와인시음까지 같이 했는데 종류별의 와인들의 라벨을 모두 가린채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를수 있는 파티였다... 4쌍의 부부들이 모여 각각 다른 종류의 와인을 가져 왔었는데....
캘리포니아산 진판델, 이탈리아산 몬테풀치아노, 호주산 칼베네사비뇽, 프랑스산 피노누아.. . 의외로 진판델의 인기가 가장 좋았고 피노누아가 가장 많이 남았었다...
에구.... 이 나이까지 이렇게 노는게 잼있으니 우째......
가을....
확실히.. 여름내내 꽃들이 많이 지고 이파리들만 더 무성해졌다... 봄에 그렇게 간격을 두고 꽃들을 심었지만... 가을되면 이렇게 서로 부대낀다....
가을에도 좀더 화사하게 꾸미고 싶어 가을꽃들을 심고싶어도.. 자리가 없다.....쩝...
맞은편 꽃밭엔 다알리아들이 빨강, 노랑, 주황으로 좀 피어있긴 하지만.... 사진이 없다....흑흑....
하지만 가을엔 저렇게 포도나무를 따라 올라가던 나팔꽃이 피기시작하는데 우낀건 정말 아침에 폈다가 저녁엔 지고 다음날이면 또 다른 꽃들이 아침에 폈다가 저녁에 지고 한다.. 왜 영어로 나팔꽃을 morning glory라는지 알것같다...
매일같이 다른위치에서 갯수도 틀리게 펴서 아침마다 오늘은 몇개나 폈나 세는재미가 좋다.... 이 꽃들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까지 매일매일 핀다..
역시 가을은 수확의 계절..... 포도는 매일같이 따먹어도 둘이먹기엔 좀 많다.... 여기저기 많이 나누어주는데... 맛있는건 새들이 기가막히게 알고 아침일찍와서 쪼아먹는다..... 파스칼이 내년엔 은박지로 포도송이 하나하나 싸줄거라나 뭐라나.... ㅋㅋ 저 라즈베리는 시간날때마다 따서 냉동고에 넣어두면 겨울내내 파스칼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수가 있다.... 라즈베리를 약간의 물을 붇고 끓여서 따뜻하게 만든다음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끼얹어 먹는 스위스에서 아주 흔한 디저트이다...
드디어 겨울....
겨울엔 정원엔 별 볼일이 없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이면 눈쌓인 숲을보면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할수가 있어서 좋다... 게다가 이틀에 한번꼴로 손님이 찾아오는데.....
사슴들이 먹을것을 찾아 내려온다... 겁은 어찌나 많은지 조금만 소리가 나도 후다닥 올라가는데 그래도 이틀후면 아들손자 며느리 다 거느리고 7,8마리가 한꺼번에 내려오기도 한다... 사과를 한번 줘봤는데... 오로지 나무가지에 붙어있는 이파리들만 먹는거 같았다..... 하지만 한겨울에나 저렇게 겁이 많다가 초봄이 올때쯤이면...
이렇게 아예 우리집 마당을 제집드나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슬렁 거린다.... 처음엔 어찌나 기가막히던지...ㅋㅋ 그래도 여전히 겁은 많아 사람소리가 들리거나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들리면 숲으로 올라가 버린다.....
사진들을 쭉 훝어보니.... 아쉬운점이 더 많다..... 사진좀 열심히 찍어둘껄..... 더 멋진 사진도 많이 나왔을텐데......
하지만 벌써 9월인 관계로 당분간 정원에 큰 변화는 없을거 같다...
참... 여름밤에 날씨가 좋으면 볼수있는 수많은 별자리들과 별똥별들은 내 사진실력으론 도저히 담을 수 없단 사실도 역시 참 안타깝다.... 궁굼하신분들은 직접방문 요망..... ^^
정원이 생기구나서 한가지 또다른 큰 변화..... 내 새끼같은 꽃들을 두구 장기간 한국을 가기가 너무 어렵다....ㅋㅋㅋ 앞으론 겨울에밖엔 못다닐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ㅜㅜ